믿음이 없이는 결혼 생활이 힘들겠죠? 조언을 구할 곳이 없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글을 써요. 결혼하신 분들의 경험으로 어때보이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긴 글이지만 꼭 읽어봐 주시길 부탁드려요..

저는 11년째 사귀고 있고 결혼을 생각하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동갑내기이고 올 해 28살 입니다. 18살 어렸을 때부터 곧 서른이 되는 지금까지 저를 한결 같이 사랑해주고 아껴줍니다. 저도 긴 시간이 무색할 만큼 남자친구를 사랑합니다.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마음 속에서 일렁거리는게 스스로 느껴질 정도에요. 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인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울기도 정말 많이 울고 헤어짐의 결심도 수도 없이 했지만 결국 이렇게 시간이 흘렀네요.

제가 이토록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떠나야 하는지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자친구의 거짓말 때문입니다. 남자친구가 절대 여자문제로 거짓말 하거나 속 썩이는건 아닙니다. 사소한 거짓말인데 10년이 쌓이니 저는 너무너무 괴롭습니더. 남자친구의 말을 믿을 수 없으니 너무 불안하고 같이 있지 않는 순간들이 너무 힘들어요. 제가 남자친구를 구속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자기가 사실대로 말하기 부담스러우면 거짓말을 둘러대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 수준을 말씀드리고 싶은데 생각나는 대로 말씀드리면

20대 초반에 군대 포함 지겨운 장거리를 끝내고 드디어 봄에 남자친구랑 꽃놀이를 갈 수 있을거라 주말에 한 껏 기대했는데 갑자기 토요일에 집안일이 생겼다며 일요일에 보자고 해서 그날 만났는데 점심을 같이 먹으러가서 밥먹다가 졸더군요. 결국 꽃놀이 못가고 제 자취방으로 와서 정신없이 자다가 갔는데 알고보니 토요일에 고등학교 동창들 만나서 밤새고 놀고 바로 저를 만나러 온거였어요. 건전하게 논거였디만 당시 남친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는데 당시 어린나이였고 참 충격이 컸어요

저랑 처음으로 스키장에 가서 보드를 타는데 처음 타는것 치고 남자친구가 너무 잘타더군요 본인 스스로도 신기해하고 어렷을때 내가 온적이 있나 하며 갸우뚱하고. 그런데 남친 군대 동기 결혼식 가서 동기가 자기네들이랑 스키장 갔었다고 말해서 들켰어요. 동기는 남자들끼리 간건데 그걸 왜 숨겼나고 당황해 하더군요. 남친은 저랑 기회가 있었음에도 한번도 안가다가 동기들이랑 놀러다녀 온다고 하면 미안하고 제가 싫어할까봐 그랬대요

저에게 잔다고 말하고는 밤 늦게까지 게임을 하거나 저녁에 카톡하다가 중간에 답에 없고 다음날 누워있다가 잠들었다고 했는데 새벽까지 게임하다가 잔거였어요.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게임하는데 저도 동창이니 걔네랑 친구고 애들이 저한테 별생각 없이 같이 겜한다고 말해서 알아요)

제가 담배를 정말 정말 너무 싫어하는데 남친이 안피던 담배를 몰래 피다가 제가 목격해서 걸렸어요 제가 나는 담배도 싫지만 거짓말이 더 싫다 차라리 필때 말하달라 했는데 죽어도 끊겠다고 했는데 그 후로도 한 두 번 들켰어요 그때도 제가 거짓말보다 솔직한게 좋다고 했지만 남친이 끊겠다 했고 그 뒤로 제가 담배 피냐고 몇 번 물어봤는데 아니라고 했어요 근데 핸드폰 메세지에 며칠 전에 회사 대리한테 남친이 같이 한대 피시죠 라고 보낸걸 봤네요

저랑 남친은 평일에는 수,금 이틀 만나는데 만나는 날도 아닌 화요일에 회사 회식이 갑자기 잡혔대요. 회식 중간에 뜨문뜨문 연락이 오는데 얼른 집에 가고 싶다고 힘들다고 그러면서 상사들끼리 말다툼을 하는 중인데 고욕스럽다는 식으로 말해서 걱정 많이 했거든요 새벽 1시쯤 집에 갔어요 근데 알고보니 상사는 커녕 회사 남자대리 1명, 여직원 1명이랑 놀았더라구요 술마시고. 저랑 만나는 날도 아니고 회사 직원들끼리 퇴근하고 한 잔 할 수도 있는건데 이런 거짓말 왜 하는건지..

금요일은 저랑 만나는 날인데 그 날 예비군 훈련이 있고 6시에 끝나서 만나려면 만날 수 있지만 쉬고 싶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는데 금요일 오후에 멀리 사는 초등학교 친구가 그날 자기 집 근처 올 일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이따 예비군 끝나고 만나도 되냐고 멀리 살아 잘 못보는 친구라 알았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고등학교 동창 친구(남자)였어요. 걔는 저랑도 친한 사이고 금요일은 데이트하는 날이니 걔랑 둘만 만난다고 하면 제가 서운해 할까봐 그랬던 것 같아요

이 밖에도 정말 많은데 사소해서 생각이 잘 안나네요. 여자가 관련된 것도 아니고 바람을 핀것도 아니지만 이런 사소한 거짓말들이 10년 동안 정말 많이 쌓였어요. 제가 가장 힘든 점은 이 사람이 능청스레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라는걸 깨달아서에요. 스키장에서 내가 어렸을 때 왔었나? 하고 갸우뚱 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 돋아요. 자기 필요에 따라 꾸며내고 지어내는 걸 하는 사람이구나 생각되서 이제 남친이 하는 말을 못믿겠어요.

이 정도 거짓말은 누구나 다 하는 건가요? 남자들 이 정도면 양호한건가요? 제가 예민한 걸까요? 결혼을 생각하는 사이라서 이런 거짓말때문에 더 힘들어요. 지금은 별거 아니지만 나중에 결혼해서 저는 집에서 혼자 기다리거나 혼자 애기보고 있는게 남친은 야근 한다고 뻥치고 친구들이나 회사 사람들이랑 놀고, 주말에 회사 출근한다고 뻥치고 피씨방 갈 것 같아요. 이제는 나중에 바람까지 필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믿음이 아예 없어진 것 같아요.

거짓말 들켰을 때마다 남친은 그 때마다 눈이 퉁퉁 부을때까지 울며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사과하고 거짓말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해요. 제가 너의 거짓말때문에 나의 매 순간이 너무 힘들다 라고도 이야기했어요. 최근은 행복하게 잘 지내오다가 회식과 담배 거짓말을 어제 저녁 알았고 남친은 아직 제가 알고 있는지 몰라요. 지금도 너무 힘들고 결국 헤어지는 건가 하는 생각에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요 마음이 너무 미어지네요.

남친 얼굴만 떠올려도 사랑때문에 벅차고 11년째 데이트 중간중간 저를 가만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항상 사랑스러운 눈길로 다정하게 대해주는 남친이에요.... 저도 사랑받는거 많이 느끼고 이 사람에게 내가 많이 소중하구나 깊이 느낍니다. 하지만 거짓말때문에 당장도 이렇게나 힘든데 저는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불행해해질까요. 지금 이 순간도 잔다고 해놓고는 게임하는 중일것 같아요. 아무리 사랑해도 믿음 없는 결혼은 지옥일까요.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